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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회장님 이야기

慈尼 Johnny 2008. 3. 28. 23:26

 

세 회장님 이야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쓴 작품의 제목(No country for old men)입니다.
이 제목에 대해서 <노인이 살 곳이 아니다> 또는
<이 세상은 노인이 살 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번역하는 게 영화의 내용과 더 부합한다고
지적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글을 읽으면서, 나는 거꾸로 이 세상에 살 만한 노인이 누군가,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노인이라야 남들과 잘 어울리면서 폐 끼치지 않고
잘 살다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노인이 갖춰야 할 몸가짐으로 7up을 말한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클린 업(Clean up), 집과 주변을 깨끗이 하고 필요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릴 것.
드레스 업(Dress up), 구질구질하지 않게 단정히 하고 다닐 것.
샷 업(Shut up), 말하기보다 듣기를 잘할 것.
쇼 업(Show up), 회의나 모임에 부지런히 나가고 새로운 사람을 자꾸 사귈 것.
치어 업(Cheer up), 언제나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할 것.
페이 업(Pay up), 돈이든 일이든 자기 몫을 다할 것. 입은 닫고 지갑은 열 것.
기브 업(Give up), 포기할 것에 미련을 갖지 말 것.
이런 일곱 가지를 다 하려면 건강과 돈이 필수적일 것 같습니다.
7up을 생각하면서 세 노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건강과 돈을 모두 갖추어 7up의 조건 충족에 아주 유리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70대인데도 여전히 정정한 현역이며, 규모 차이는 있지만
저마다 탄탄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회장님들입니다.

A회장이 운영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6ㆍ25 때 단신 월남해 고아처럼 떠돌다 미군부대 하우스보이 생활을 거쳤고,
赤手空拳(적수공권)으로 자수성가한 입지전의 전형입니다.
누구보다 앞장서 이윤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는 A회장은 해외 진출을 한 나라마다
가난한 사람들을 열성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초ㆍ중등 학교도 인수해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학법 개정문제로 시끄러울 때 대부분의 사학경영자들과 달리
“내가 깨끗한데 뭐가 문제냐”며 외부 인사들의 이사진 참여를 찬성했습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해 “나는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무엇이든 늘 배우려 한다는 게 그와 가까운 분이 해 준 말입니다.
그러나 A회장과 만나 식사를 하는 2시간 여 동안 나는 꽤나 불편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 조정 지시 관리 감독 장악하지 않으면
안심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음식을 나눠 주는 순서와 분량, 간격에 대해 호텔 종업원에게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고,
본인은 마시지 않으면서도 자기 의견대로 포도주를 선택했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높낮이가 조금도 없는 톤과 리듬으로 말을 계속하고
이것저것 챙기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은 말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분과 어떻게 기업을 할까, 훌륭한 분임에 틀림없지만
아랫사람들은 숨도 쉬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실패를 해본 적이 없으니 항상 자기 판단을 확신할 텐데
누가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으랴 싶었습니다.
나는 원래 장난치고 농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몇 번 우스갯소리를 던져봤지만,
그에게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나라면 이런 사람하고 함께 못 있어. 멀리서 지켜보는 게 좋은 사람이야”
하는 게 나의 결론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B회장은 아주 건강한 분입니다.
별로 술을 마시지 않지만, 회식 때문에 아무리 늦게 귀가하더라도 새벽 5시 면
어김없이 일어나 집 근처 학교 운동장을 뜁니다.
각종 마라톤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해 완주경력이 벌써 10번이 넘습니다.
올해 74세인데도 방금 목욕하고 나온 것처럼 늘 피부가 깨끗하고 맑습니다.
그의 첫 번째 단점은 영어를 많이 쓰는 것입니다.
젊어서 영어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 탓인지 툭하면 영어(정확하게 말하면 영어단어)로 말을 합니다.
"그 사람은 스틸(stillㆍ아직) 젊어”라거나 “
내가 그때 메이비(maybeㆍ아마) 500만원은 줬을 거야” 이런 식입니다.
좀 우습지만, 그냥 웃어 넘길 만합니다.
참기 힘든 것은 남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입니다.
B회장은 신문 방송을 열심히 읽고 들어 뉴스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분입니다.
기업 운영에 필요해서 그럴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섭취한 뉴스를 나와 같은 언론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는 것처럼 A부터 Z까지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미 아침에 들었고 속보까지 알고 있는데, 그는 첫 뉴스를 장황하게 소개합니다.
신문에 실린 논평을 그대로 전하는 경우도 있으니 논평 생산자인 나로서는
참 거시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천 쯤에서 서울로 바로 오면 될 이야기도 그는 예외 없이 부산에서 떠나
서울까지 세월아 네월아 완행열차를 타고 옵니다.
또 몇 달 전에 한 이야기를 잊어 버리고 똑같이 다시 할 때는 완전히 벌을 서는 기분입니다.
어떤 행사의 후원을 받기 위해 찾아 다닐 때,
그 분야의 기관장으로 일했던 사람에게 장황하게 취지를 설명한 적도 있습니다.
전직 기관장이 훨씬 더 잘 아는 분야인데 말입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맡기세요.
그런 건 상무가 설명하게 하세요”
해도 어디까지나 악의 없이 성실한 B회장은 자신이 직접 합니다.

C회장의 특징은 명랑ㆍ쾌활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가 입에 밴 점입니다.
남의 부탁을 해결해 주는 경우에도 전화를 받을 때나 끊을 때나
늘 먼저 감사하다고 인사를 합니다.
한 번 만난 사람은 잊지 않고 챙기고, 명절인사도 거르는 법이 없습니다.
그는 항상 남을 즐겁게 해 주려고 애씁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나 EDPS(음담패설)를 들으면 일부러 수첩에 적고 공들여 외워
다른 사람에게 깔깔거리며 들려 줍니다.
내가 좀 그런 쪽에 밝고 빨라서 그런지 그의 이야기는 대부분 벌써 아는 것들이고
때로는 유치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웃기려고 하는 모습이 웃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젠가 라는 영어 유머집을 보내 주었더니
어린애처럼 아주 좋아하고 즐거워했습니다.
이 세 분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것은 당연히 C회장입니다.
그가 조금만 더 세련되고 재치와 창의성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나이든 분이 어떻게 모든 것을 다 갖추기를 바라겠습니까?

위에 열거한 세 분의 단점만 모아 놓은 것같은 사람인 경우,
그야말로 이 세상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이 맞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고 나이 들어서도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야 제일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백설공주가 옷을 홀라당 벗고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곱 난장이가 벽에 구멍을 뚫고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왜 들여다 봤는지는 모르지만, 이 상황을 영어 한 마디로 뭐라고 하겠습니까?
답은 위의 글에 나와 있습니다.
정답은?.....정답은 7UP입니다.

<필자 소개> 임철순: 한국일보 주필/한국연우포럼 회장
55세/충남 공주 생/서울 보성고 졸(70), 고려대 독문학과 졸(74),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06)/한국일보 입사(74), 편집부, 사회부(80), 사회부 차장대우(88), 사회부 차장(90), 기획취재부장(94), 문화1부장(95), 사회부장(96), 논설위원(97), 부국장 겸 문화과학부장(98), 편집국 국차장(99), 논설위원(02), 수석 논설위원(03), 논설위원실장(04.6), 편집국장(04.9), 주필(06.1~現)/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시지회 배분분과위원 (99-02), 한국연우포럼 회장(06.1~現),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06.4~現), 안익태기념재단 이사(07.1~現),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07.1~現)/ 이메일: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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