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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설명하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

慈尼 Johnny 2008. 9. 21. 23:17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이 글은 우리연구소가 유료회원들에게 보낸 2008년 9월 18일자 <경제시평>의 '시사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과 깊이 있는 분석으로 회원들께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현재 세계 경제 위기의 구조와 흐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을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소 분량이 길더라도 읽어보시면 최근 미국 경제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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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새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파산 위기에 몰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극심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증시가 요동치는 등 미국발 금융공황 조짐마저 보일 정도로 세계 경제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번 경제 위기는 주식시장의 단기적 급등락과는 별개로 향후 몇 년간의 세계 경제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에 이번 주 <시사경제>에서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에 대해 소장님과 인터뷰한 내용을 싣기로 했다.

 

 

2007년 초부터 연구소 <경제시평>에서 미국경제 상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왔는데, 이처럼 미국경제 문제에 집중한 까닭은 최근과 같이 미국 경제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을 예견한 때문이었습니까?

 

사실 미국의 부동산 시장 거품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2003년과 2004년 무렵 연구소에서 발간한 <경제보고서>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주택모기지 대출 증가세와 주택가격 상승세가 도저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2004년에 발간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2권에서도 이미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특히 부동산 투기버블이 극성을 부리게 된 배경에 패니메이나 프레디맥과 같은 미국 연방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발행을 통한 무한대에 가까운 자금공급 메커니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때 이미 우리 연구소는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는 시간 문제로 봤습니다.

 

이미 <경제시평>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국의 주택모기지론 증가는 90년대 중반 클린턴 정부의 중하위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정책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2000년에 들어오면서 증가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는데 특히 2002년과 2003년에는 2001년의 IT버블 붕괴와 9.11테러로 인한 경기침체를 주택시장의 버블이 상쇄해줄 정도로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2005년과 20062년 연속으로 연간 1조 달러 이상의 신규 대출이 이뤄졌는데 이것이 바로 서브프라임론 급증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기존주택 가격도 2000년부터 2006년 중반까지 2.3배 가량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초부터 서브프라임론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2005년 말부터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량이 줄기 시작했고, 주택건설 투자를 비롯한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2006년부터 줄기 시작했습니다. 말하자면 2006년 중반부터 부동산 거래가 빠르게 줄기 시작하면서 주택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여파로 2007년 초에 가장 체력이 빈약한 일부 주택모기지금융사들이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그때부터 미국 경제 위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봤습니다. ]

 

그래서 2007년 초부터 미국의 금융기관과 부동산시장 동향과 문제 등에 대해 <경제시평>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혼란에 접어들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미국의 부동산 버블붕괴 문제를 주의 깊게 관찰해온 것입니다.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도 벌써 이때 <경제시평>에서 다루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우리 연구소가 각종 경제현안들에 대해 족집게 점쟁이처럼 예언한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점쟁이도 아니고 예언한 적도 없습니다. 오로지 객관적인 사실과 각국의 경제정책과 제도, 그리고 경제이론 및 분석방법론에 입각해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을 분석했을 뿐입니다. 그 분석 결과 미국 경제가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것을 정리해 <경제시평> 등에 발표했을 뿐입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하에서는 경제가 펀더멘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역사가 그것을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펀더멘털을 크게 벗어날 수 있고, 그게 어느 정도 지속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치 그것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경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그런 착각에 빠져 헤매는 경우가 일쑤입니다. 그만큼 경제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을 갖춘다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객관적 사실과 각국의 현실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 그리고 경제학적 분석방법론을 바탕으로 펀더멘털을 올바로 분석하면 펀더멘털에서 벗어나는 게 보이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 연구소는 사전 경고하게 되며 시차는 있을지언정 그런 경고가 대부분 현실화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펀더멘털로부터의 심각한 일탈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켰으니까요. 이것이 우리 연구소가 마치 점쟁이처럼 보인 연유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연구소는 어느 날 갑자기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예언한 적은 없습니다. 펀더멘털 분석에 대한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입니다.

 

올 연초부터 최근까지 미국 경제가 금융공황에 가까운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있는데, 이렇게 된 근본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미국 경제가 혼란에 빠진 배경에는 미국 경제 자체의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부분도 있습니다. 또 단기적 요인도 있지만, 20, 30년에 걸친 장기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장기적 요인에 대해 살펴봅시다. 세계경제의 변화를 보면 1930년대 대공황을 계기로 시장실패 가능성을 인정하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케인지안이 등장하게 됩니다. 2차 대전 이후 유럽과 일본 등 전후 폐허를 복구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요구됐습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각국은 케인지안적인 경제성장 모델이 주류였습니다.

 

동시에 30년대 대공황 때 탄생한 글래스-스티걸법으로 대표되는 규제금융의 틀이 형성됐습니다. 은행과 증권, 보험간의 겸영이 금지되었습니다. 금융기관간 금리경쟁도 금지되었습니다. 말하자면 글래스-스티걸법은 원천적인 경쟁금지 틀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60년대까지 세계 경제의 큰 틀이었습니다. 하지만 60년대부터 일본과 독일 등 유럽국가들이 전후 복구를 완료하고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에 따라 세계경제와 교역이 급성장하고 금융거래도 활발해졌습니다. 세계경제와 교역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케인지안적 정부개입과 글래스-스티걸법에 따른 금융규제가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70년대부터 케이지안이 퇴조하고 통화론자들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70년대부터 세계경제의 틀이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70년대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면 크게 금융자유화와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변동환율제, 그리고 통화론적 정책기조의 정착의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우선, 금융자유화 흐름의 핵심은 증권화입니다. 규제금융의 틀 속에서는 은행이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되지만 규제완화 또는 자유화의 틀 속에서는 시장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증권 중심으로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금융자유화의 흐름은 곧 증권화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궁지에 몰린 은행과 보험이 증권관련 영업을 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런 움직임은 결국 1999년 그램-리치-브릴리법을 탄생시시켰습니다. 이 법은 지주회사 방식에 의한 은행과 증권, 보험의 겸영을 허용하는 것으로 사전규제 경쟁금지 체제에서 사후 감독 경쟁촉진 체제로 일대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증권화와 겸영 허용은 결과적으로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업태에 관계없이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화를 가속화시켰습니다. , 은행은 단지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고 결제를 해주는 기능을 넘어 은행 자신이 차입 등을 통해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은행 영업을 하게 되었고, 증권사 역시 단지 중개영업에만 그치지 않고 차입 등을 통해 자기위험 부담 아래 위험자산에 직접 투자를 하는 투자은행 영업을 확대하게 된 것입니다. 보험회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결과 은행, 증권, 보험의 투자은행 부문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해갔으며 그 상당부분이 헤지펀드 형태를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말하자면 은행, 증권, 보험의 투자은행화와 헤지펀드 급성장이 서로 맞물려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가속도가 붙게 됩니다.

 

둘째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변동환율제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인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를 유발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다 보니 세계경제 교역 성장에 맞춰 달러 공급을 늘려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달러는 미국의 화폐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달러를 그냥 공짜로 마구 뿌려줄 수는 없습니다. 일본이나 한국, 중국 등의 물건을 사주거나 이들 나라에 돈을 빌려주든지 하는 방식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경제가 아무리 크다 한들 세계경제의 1/4에 불과합니다. 결국 국제무역이든 국제금융  분야든 단순계산하더라도 달러를 미국경제의 4배 가량 공급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가계와 기업들이 일본이나 한국, 중국 등의 나라에서 물건을 엄청나게 계속 사줘야 합니다. 그런데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면 당연히 달러화 가치가 떨어져 수입가격이 높아지므로 무역불균형이 시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달러화가 기축통화이다 보니 달러화 안정을 위해 인위적으로 강세 정책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가계나 기업들 역시 물건을 사려면 역시 달러가 필요합니다. 자신들의 소득과 수입 이상으로 물건을 사려면 빚을 내야 합니다. 미국정부 역시 재정수지 적자를 통해 가계나 기업에게 달러를 뿌려주고 있습니다. 결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변동환율제 이행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미국가계의 과소비 및 과다 차입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셋째로, 80년대 레이건 정부 때부터 통화론자들이 본격적으로 경제정책을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통화론자들은 경기침체 원인이 높은 인플레와 초고금리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통화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저금리 기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감세를 통해 기업투자 촉진으로 공급확대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감세론이 화제에 오르기도 하지만 그것은 세계경제를 혼란에 빠트릴 정도의 큰 이슈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70년대부터 이 세가지 기조를 중심으로 세계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기조가 서로 맞물려서 많은 문제를 초래하게 됩니다. 당장 변동환율제 시행 후 10여년 만인 1985년 구조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달러화 가치가 크게 폭락합니다. 플라자합의와 수퍼301조 발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레이건정부 출범으로 통화론자들의 주장에 따라 통화 공급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저금리기조가 정착됨에 따라 80년대 후반에 일본을 중심으로 달러 유동성 과잉으로 인해 부동산 및 주가 버블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달러 유동성 과잉은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화와 맞물리면서 버블을 가속화시키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넘쳐나는 달러유입으로 버블이 극에 달하며 이른바 저팬머니(Japan money)가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환류되면서 버블을 일으킵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80년대 말의 버블은 바로 달러 기축통화제도와 통화주의 정책, 그리고 투자은행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일본 등에서 버블이 붕괴됨에 따라 넘쳐나는 달러 투기자금들이 중남미와 동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으로 향하게 됩니다.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화와 맞물리면서 투기자본인 헤지펀드들도 급성장하게 되는데 헤지펀드들의 돈줄이 바로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부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10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90년대 중반부터 중남미 위기와 90년대 후반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합니다.

 

2000년에 들어오면서는 이들 투기자금들이 미국과 유럽, 중국으로 몰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이 크게 혼이 나면서 인위적인 달러화 강세정책을 배경으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보유고를 늘렸습니다. 이것이 달러 유동성 과잉의 원천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이 1조 달러, 중국이 15,000억 달러, 한국도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을 보유했습니다. 이 외환들은 금고에 들어있는 게 아니라 미국과 유로화 경제권 등에 환류돼 그 나라 국채와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됐습니다. 그 결과 또다시 10년 만에 미국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대표되는 전 세계적 규모의 투기 버블을 유발한 것입니다.

 

물론 중기적으로 보면 2001년 미국 부시 정부 출범 이후 2002년부터 2004년 상반기에 걸친 초저금리 정책도 부동산 버블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도 엔캐리 투기자금을 전세계에 공급하는 원천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지금의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투기버블 원인의 전부는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 유동성이 넘쳐나고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화가 경쟁적으로 가속화되면서 넘쳐나는 달러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과 중국 등 브릭스 국가들, 한국 등에도 모두 들어갔습니다. 단지 이미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한 일본만 학습효과 때문에 부동산 버블이 생기지 않았을 뿐입니다. 

 

현재 미국 FRB가 파산 위기에 몰린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에 대해 구제조치를 취했는데, 리먼브라더스 등 최근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이 무엇입니까?

 

이미 우리 연구소는 오래 전부터 <경제시평>을 통해서 미국 금융위기가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경고해왔습니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상황을 낙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올 초 모노라인 사태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연구소는 이 문제가 그냥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결국 그 경고대로 5월에 모노라인 업체 대부분이 파산하거나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3월에 베어스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우리 연구소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리먼브라더스도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패니메이나 프레디맥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13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주택 모기지론 가운데 5.5조 달러를 이들 두 기관이 공급했습니다. 글로벌 민간금융기관의 주택 모기지론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들 민간금융기관들의 주택 모기지론을 재매입하여 그것을 담보로 모기지담보부증권(MBS)를 발행하여 자금을 공급해준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이 문제가 안 될 리가 있겠습니까? 결국 5월부터 두 기관의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했고 7월에는 긴급구제법안이 통과되었으며 지난 주에는 미 재무성이 이들에 대해 사실상 국유화 조치를 취하게 된 것입니다. 리먼브라더스사도 경고한 대로 파산했습니다. 시티그룹과 AIG도 대규모 손실로 자본부족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경고해왔습니다.

 

이처럼 은행, 증권, 보험 할 것 없이 미국의 글로벌 금융기관들 대부분이 예외 없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이것은 앞서 설명한 바대로 이들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화에 기인합니다. 2000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계속 뛰자 모든 금융기관들이 뛰어들었습니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주택모기지 대출 및 관련 증권화상품 투자를 위해 넘쳐나는 막대한 자금을 차입했습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이나 모기지 관련 자산담보부증권(ABS)도 모두 채권이므로 차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돈으로 모기지관련 투자에 몰빵을 하다시피 했던 것입니다.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화를 아래의 <도표1>을 통해 좀더 자세히 설명해보기로 합시다. 금융기관이 ABS MBS CDO든 증권화상품 등을 통해 차입을 하면 투자은행 대차대조표의 부채항목에 차입금으로 잡히게 됩니다. 이 차입금으로 금융기관은 자기위험 부담으로 서브프라임론이나 CDO 증권화상품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를 합니다. 이 위험자산은 투자은행 대차대조 표의 자산항목에 잡히게 됩니다. 그런데 CDO등의 증권화를 계속적으로 반복하게 되면 이론상 무한대에 가까운 차입과 자산 증식이 가능해집니다. 그 결과 자기자본은 그대로인 채 부채항목과 자산항목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됩니다. 이 경우 부채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레버리지(leverage)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셈이 되며, 자본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자기자본 부족이 되고, 자산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부실 위험이 높아 거래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레벨3 자산으로 분류되는 부실자산을 과다 보유하게 되는 셈이 됩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과다 레버리지, 자기자본 부족, 부실자산 등으로 달리 표현되지만 모두가 다 투자은행의 대차대조표 상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표1>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 파산 구조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주) KSERI

 

 

이처럼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부문은 자기 책임하에 서브프라임론이든 Alt-A든 점보모기지든 위험자산에 투자를 했습니다. 주택가격이 상승을 계속하는 한 이를 모두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 착각이 바로 버블을 더욱 가속화시킨 것입니다. 말하자면 투자은행들은 버블의 자기증식을 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터져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그 경우 투자은행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가치가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자산 항목의 가치는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 부채 항목에 있는 차입금은 그대로 있습니다. 자산가치 감소는 자기자본 감소를 통해 대차 균형을 유지합니다.

 

2000년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중앙은행과 민간금융기관들은 넘쳐나는 달러유동성으로 이들 미국 글로벌 투자은행이 판매하는 금융상품들을 대량으로 매입했습니다. 패니메이나 프레디맥 등 미국 연방주택금융공사 MBS 채권도 대량 구입했고,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증권화상품들도 대량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손실이 확대되자 이들 기관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해준 외국 중앙은행이나 민간금융기관들이 투자손실을 우려하여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들에 대해 환매나 상환요구를 빗발치듯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미국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단기유동성 부족에 빠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속되는 환매나 상환요구에 미국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대규모 단기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환매나 상환 런(run)이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매나 상환 요구에 응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파산에 내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시티그룹이든 모건스탠리든 골드만삭스든 상관없이 투자은행 영업을 강화해온 거의 모든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무차별적으로 파산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IG에게 전세계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차별적 환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자산을 팔아야 합니다. MBS CDO든 뭐든지 팔아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주택담보대출과 연계돼 있습니다. 주택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사려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미국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택모기지 관련 증권화상품 자산들은 거의 거래가 끊겨 환금이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자산가치 감소가 계속되어 자기자본마저 모조리 잠식당하게 되는 처지에 빠졌습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 자력으로 자기자본 조달이 안 되자 당장에 차입금 환매나 상환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단기유동성 부족에 빠졌습니다. 이에 미 FRB는 우량자산들에 한해 미국채로 바꿔주는 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다소 신용위험이 있는 자산이라 할지라도 미국채로 바꿔주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외국 중앙은행이나 민간금융기관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핵심 요구도 달러방어가 아니라 환매나 상환 자제 요청입니다. 각국의 민간금융기관들이 환매를 요구하면 할수록, 문제가 된 미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자산을 시장에 내다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안 팔리면 FRB가 다 떠안아주든지 아니면 파산하든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만일 다 떠안아 준다고 할 경우 아무리 FRB라 한들 그 엄청난 돈을 어떻게 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 정부는 베어스턴스에 대해서는 민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나치게 사태를 낙관하다가 결국에는 JP모건체이스 은행에 손실보증을 조건으로 인수하게 했습니다.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은 그 규모가 워낙 커서 민간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정부가 보증한 공사였기 때문에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를 취했습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미국 정부가 차입 원리금 상환을 보장해주겠다고 할 수 있는데, 리먼브라더스에 대해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리먼브라더스는 민간 금융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각국에 환매 자제 요청을 할 수도 없습니다. 설사 미국 정부가 환매 자제를 요청한다 한들 각국 민간금융기관들이 손해보는 것을 뻔히 알면서 누가 자제하겠습니까? 중앙은행은 국가간 협력 차원에서 자제할 수도 있겠지만, 민간 금융기관들은 투자자들에게 책임 추궁을 당하니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보험, 은행, 저축은행 등을 막론하고 미국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거의 무차별적으로 파산 위험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지나치게 투자은행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티그룹과 와코비어 등 글로벌 은행 대부분이 전통적인 은행영업보다는 헤지펀드 등을 통한 투자은행 사업확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등 증권사도 중개업무보다는 헤지펀드 등을 통한 투자은행 확대에 열을 올렸습니다. AIG와 같은 보험회사도 전통적인 보험영업에 노력하기보다는 투자은행에 몰빵 하다시피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무차별적으로 파산위기에 내몰린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금융기관의 파산과 부동산 버블 붕괴는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까?

 

미국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 대차대조표의 자산항목에 있는 자산들 대부분이 주택모기지대출 상품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주택가격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할수록 악순환이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미국의 주택시장은 신규주택공급 과잉 물량만 해도 250~300만 호에 달하고 있는데 해소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차압된 기존주택 물건들마저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연간 신규주택 판매량을 100만호로 잡아도 3년치 물량입니다. 2010년까지는 미국 주택시장이 수급구조상으로도 회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우리 연구소뿐만 아니라 그린스펀 전 FRB의장 등 해외 전문가들도 미국의 금융위기는 겨우 중간 지점을 통과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결코 미국의 금융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지금과 같이 긴박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니 실물경제도 위험에 몰립니다. 실물경제가 하락하면 주택시장의 회복은 더더욱 더뎌지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작금의 미국 경제는 악순환의 연쇄고리에 물려 있습니다. 미국이 장기불황은 몰라도 3~5년 정도의 중기 불황에는 빠져들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시평>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일본의 사이토 세이치로 교수 등 외국 전문가들도 그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금융공황에 가까운 현재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 정부 대응방식을 보면 처음에는 상황을 낙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정치적 부담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민간 금융기관 스스로 사태를 해결하도록 유도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의 베어스턴스 사태 때를 보면 JP모건체이스가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도록 중재를 하고 보증을 서준 것도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사태를 낙관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5월에 페니메이와 프레디맥 사태가 발생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사실상 국유화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그 전까지만 해도 국유화는 없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왔습니다. 거대 주택금융공사가 파산위험에 내몰릴 정도면 아무리 글로벌 금융기관이라 한들 민간금융기관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할 것인지를 비로소 깨달은 것 같습니다.

 

미국정부가 리먼브라더스를 구제하지 않은 이유 역시 낙관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민간기업인 리먼브라더스의 부실을 미국 정부가 다 떠안아 주게 되면 그 이후 발생하는 모든 유사 사태에 대해 미국정부가 다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한 듯합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무차별적으로 연쇄 파산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미 정부가 미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모두를 다 떠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 10개사가 70억 달러씩 갹출해 700억 달러 규모의 자구책 펀드를 조성하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연출에 불과합니다. 모두가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도 바쁜 지경에 남을 걱정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이유도 있었을 것입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민간금융기관의 손실을 무차별적으로 구제해주게 되면 미국민의 비판여론이 높아져 공화당 매케인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결과적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셈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민간금융기관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준 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내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외국의 중앙은행과 민간금융기관들이 모두 파산위험이 높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에 차입금 상환과 환매를 일시에 요구해왔기 때문입니다. AIG가 리만브라더스 파산 직후 불과 이틀 만에 거액의 단기급전이 필요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말하자면 리먼브라더스 파산 처리는 미국의 글로벌 금융기관에 대한 국내외 금융기관들의 차입금 상환요구 런(run)을 유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FRB가 단기 유동성 공급을 더 늘린다든지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FRB가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사태를 낙관하고 재정적,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먼브라더스를 시장에 맡기는 식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AIG를 국유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정부는 앞으로 문제가 되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에 대해 구제 개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런 식으로 모두 다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향후 미국의 경제위기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에 대한 전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국 금융시장 위기는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주택가격이 정점이었던 2006년 상반기에 미국 전체 주택의 자산가치는 24조 달러였는데 지금은 18조 달러로 떨어져 이미 6조 달러의 자산가치가 날아갔습니다. 자기 주택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가 모기지 대출 구매를 했습니다. 물론 최대 6조 달러까지 모두 손실화될 수도 있습니다만, 25%에서 30%만 부실화되어도 약 1.5조에서 2조 달러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경우, 1.5조에서 2조 달러는 글로벌 금융기관이든 개인이든 어디에선가 장부상 손실로 나타나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거기까지 안 갔습니다. 지금 최근까지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손실처리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한 액수를 합쳐도 1조 달러에 훨씬 못 미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민간금융기관들에 감춰진 5,000억에서 1조 달러의 손실이 추가적으로 더 드러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일 주택가격이 추가로 더 하락할 경우 손실은 더욱 확대됩니다. 만일 3조 달러의 손실이 생긴다면 앞으로도 2조 달러 이상의 추가 손실이 발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미국경제가 장기불황까지는 안 가더라도 최소한 3-5년 정도의 중기불황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근거입니다. 미국 금융위기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들어가려면 최소한 금융기관 손실처리가 가닥이 잡혀야 하고, 주택가격 하락도 멈춰야 합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잘 안 보입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출처 : 김광수경제연구소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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