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암세포에 직접 항생제와 비타민을 고농도로 투여하는 방식의 암세포 살해 효과가 항암제만 투여할 때보다 100배 이상 크다는 실험실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샐퍼드대학의 마이클 리산티 교수팀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암세포에 3개월 동안 흔한 항생제인 독시사이클린을 투여했다. 투여량은 조금씩 늘렸다.
그다음 고용량 비타민C를 암세포에 주입했다. 비타민C는 암세포가 체내의 영양소 가운데 포도당만 에너지원으로 사용토록 제한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비타민C는 세포 안에서 '발전소' 기능을 수행하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당 분해과정(glycolysis)을 억제하는 기능도 한다.
마지막 단계로 배양액에서 포도당을 제거한 결과 암세포가 굶어 죽었다.
연구팀은 암세포 살해 효과는 표준적인 항암 치료제보다 효과가 100배 이상 컸다고 밝혔다.
아울러 독시사이클린과 비타민C는 상대적으로 독성이 없는 편이어서 기존 항암제 치료 때 나타나는 부작용들을 엄청나게 줄이며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산티 교수는 "이는 비타민C와 다른 비(非)독성 화합물질들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추가 증거"라고 말했다.
리산티 교수팀은 앞서 암 줄기세포를 비타민C와 항암 약물들에 노출하는 실험을 한 결과 비타민C가 항암제의 일종인 2-DG 약물에 비해 최대 10배나 강한 줄기세포 억지력을 보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암 줄기세포는 이동성과 증식력이 강해 항암 화학요법 후에도 종종 일부가 남아 암을 재발시키거나 전이를 일으키는 세포다.
실험실 연구결과가 실제 동물 생체실험이나 인간 대상 임상 시험에서도 같은 효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실험실 배양액 속 암세포가 아닌, 인체 몸 속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항생제와 비타민C를 투여하는 방법의 개발은 별개다.
또 비타민C의 섭취가 항암에 어느 정도 좋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결석 등 부작용이 있으며, 입으로 먹는 것과 암세포에만 직접 투여하는 것은 다르다.
그럼에도 리산티 교수는 "일련의 실험실 연구결과는 앞으로 암의 진전, 재발, 전이 등을 막을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촉망되는 재료를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종양 분야 국제학술지 '온코타겟'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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