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쓰림·궤양의 주범? '위산'은 죄가 없다
위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헬스조선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4.10.01 09:29 수정 2014.10.01 17:19
↑ [조선일보]속이 쓰리면 일단 위산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위산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된다고 해도 위 점막이 건강하면 속쓰림은 안 생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나 약물에 점막이 손상되면 위산이 조금만 있어도 아픈 것이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위산의 적정 분비량에 대한 기준은 없다. 사람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공복 때보다 위산이 더 많이 나온다"며 "음식 소화를 위해 위산이 더 많이 분비되는데, 양이 많아졌다고 해서 위산과다로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위 점막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젊었을 때보다 위산 분비가 적어지는데, 이런 변화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위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봤다.
오해1. 위산이 위·십이지장 궤양의 주범?
아니다. 위·십이지장 궤양의 직접 원인은 위산과다가 아니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약물(진통소염제, 아스피린 등)이다. 두 가지 원인으로 인해 위벽을 싸고 있는 점액층이 파괴되면 위산이 직접 점막에 닿게 되는데, 이로 인해 염증이나 궤양이 생긴다. 이항락 교수는 "과거에는 위산이 많아도 궤양이 생긴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위벽의 점액층이 잘 덮혀 있으면 위산이 많건 적건 궤양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오해2. 위산이 많을 때 속쓰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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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렇지는 않다. 위산이 적은데도 속이 쓰릴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준철 교수는 "위산이 잘 분비되지 않는 노인이나 원인을 모르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앓는 사람도 속쓰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 관련 증상은 속쓰림·소화불량·복통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오해3.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산과다 탓?
↑ [조선일보]
↑ [조선일보]
사실과 다르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에 머물러 있어야 할 위산이 식도로 올라와 생기는 증상이다. 식도는 위와 달리 점액층이 없기 때문에 위산으로부터 보호가 안 된다. 그래서 위산이 식도로 올라오면 가슴에 불난 듯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성인경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헐거워져서 생긴다"며 "이런 상태에서 눕거나 재채기를 할 때, 괄약근을 헐겁게 하는 카페인 등을 먹었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오해4. 위산분비 억제제는 부작용이 없다?
위산의 농도를 희석하는 제산제, 위산 분비 자체를 막는 위산분비억제제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나 위궤양·위식도 역류질환·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들이 흔히 복용하는 약이다. 이 약을 장기간 먹으면 안 좋다. 위산의 원활한 분비를 막거나 소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미국의 저명한 학술지 '소화기질환과 과학'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위산분비억제제(PPI제제)를 장기 복용하면 음식물의 위 배출시간(음식이 위에서 소화돼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PPI제제가 위 안에 있는 소화효소 펩신의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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