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史哲

금강산에서 스님과 함께 읊다

慈尼 Johnny 2006. 9. 11. 10:44

세상길에 酬酌할 친구 하나 없다면 어찌 세상 산다 할 수 있으리...

다음 시의 酬酌들을 보면 서로가 환희를 느끼고 있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答僧金剛山詩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백척단암계수하   百尺丹岩桂樹下     깍아지른 높은 바위 계수나무 아래에 살고 있어

시문구불향인개   柴門久不向人開     오랫동안 사립문을 사람에게 열지를 않았건만                 

금조홀우시선과   今朝忽遇詩仙過     오늘 아침 우연히 시선께서 지나는 것을 보고

환학간암걸구래   喚鶴看庵乞句來     학을 부르고 암자보여 드리며 시 한 수 청하오. - 스님        

    

촉촉첨첨괴괴기   矗矗尖尖怪怪奇     우뚝우뚝 뾰족뾰족 괴상하고도 기이한 바위들이         

인선신불공감의   人仙神佛共堪疑     사람과 신선과 부처님이 함께 어울려 있는것 같아

평생시위금강석   平生詩爲金剛惜     평생의 좋은 싯구는 금강산 위해 아껴 두었건만           

시도금강불감시   詩到金剛不敢詩     금강산에 이르고 보니 감히 시를 지을 수가 없네. -삿갓

 

스님은 灰운(開,來) 삿갓은 支운(疑,詩)

아래 보이는 금강산 공음시도 어쩌면 위의 시승과 수작한 것이 아닐까.. 그 당시 금강산에 김삿갓과 수작할 만한 선승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쩌면 공음시의 인트로같은 느낌이 있다.

(정비석님의 김삿갓엔 공허 스님으로 나와 있지만, 창작명인지 실존명인지는 모르겠슴)

 

******

금강산의 밤은 해 떨어지자 무섭게 찾아들고

나그네에게 길은 멀고 잠 못 이루는 이에게 밤은 길듯이

산 속의 사람은 외롭다. 선정에 든 선승이라하여 다를쏘냐..

주승은 객반을 위해 사미승을 통해 저녁공양을 올리면서 반야탕도 한 병이나 들여보냈다. 


아마 시를 주고받은 후에 그 사례로 사미승을 시켜 반야탕을 구해 온 것이리.

삿갓도 놀랄 일, 이 심심유곡에 반야탕이라니....

스님의 마음씀이 곡진하게 전해 온다.

....... 

밤은 깊어가고 객방에 주승과 객반이 마주 앉았다. 서로가 시에 굶주려 왔던 터....

허언이야 늘상 일삼지만 의기투합이란 늘상의 일이 아니다.

반야탕도 찌르르 뱃속을 휘돌아 머리 위로 솟고 있다.

......

 

******

     입석대엔 올라 보셨는지..하면서 갈필로 단정하게 써 내려간다.

  조등입석운생족  朝登立石雲生足  아침에 입석대에 오르나니 구름은 발밑에서 일어나고,

     필사되는 글을 보며 ‘장안사에서 오는 길이라 아직... 명경대 아래 황천담의 물이 맑더군요

     하면서 붓을 이어받아 행서에 적당한 대가 되도록 약한 草로 갈긴다. 行半草半이다.

笠  모음황천월괘순  暮飮黃泉月掛唇  저녁에 황천담의 물마시니 달이 입술에서 걸리는도다.

     朝(시간) - 登(동사) - 立石(명승지) - 雲(천문) - 生(동사) - 足(신체)

     暮(시간) - 飮(동사) - 黃泉(명승지) - 月(천문) - 掛(동사) - 唇(신체) 

 

이 구절은 바로 이규보李奎報의 詠井中月/우물 속의 달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스님이 김삿갓을 유람객(실은 I who have nothing의 빈털터리 길손에 지나지 않건만)으로 높여준데 따른 (朝登立石雲生足은 유람객의 관람의 흥취와 경지를 말한 것) 답례로 스님의 無障無礙하고 色卽是空의 禪定의 경지를 추켜세운 것이다.

        李奎報의 詠井中月

산승탐월색  山僧貪月色     산 속에 사는 스님 달빛을 탐내더니,

병급일병중  幷汲一甁中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어넣었네.

도사방응각  到寺方應覺     절에 돌아와서야 비로소 깨달았으리.

병경월역공  甁傾月亦空     병을 비우니 달도 따라 비워진 것을.

입석대...어린시절 첨 접할 때는 높은 산봉우리쯤으로 인식했으나 웬걸...

금강산에서 따로 입석봉은 찾지 못했다. 찾아보고

보이는 거울같은 바위가 명경대 그 아래 샘이 황천담.....

 

 

[ 명경대 (1788) ] 김홍도

 

 

현재 심사정 의 명경대

 

 

 

 

僧  간송남와지북풍  澗松南臥知北風   바위틈 소나무 남으로 누었으니 북쪽 바람임을 알겠고

笠  헌죽동경각일서  軒竹東傾覺日西   집안의 대나무 동으로 기우나니 서쪽 석양임을 깨닫네

     澗(집밖) 松(식물) - 南(방향) 臥(상태) - 知(동사) - 北風(북쪽바람)   

     軒(집안) 竹(식물) - 東(방향) 傾(상태) - 覺(동사) - 日西(서쪽태양)

 

石白松靑山老少  바위희고 솔푸르니 산이 늙었느냐 젊었느냐

丹楓苔璧巷春秋  단풍붉고 이끼푸르니 세상은 봄이냐 가을이냐

 

僧  절벽수위화소립  絶壁雖危花笑立   절벽이 아무리 위태해도 꽃은 웃으며 서있으니

笠  양춘최호조제귀  陽春最好鳥啼歸   봄날이 아무리 좋다하도 새는 울면서 돌아가네

     <絶壁(-) 雖危(상태)>(역접) <花(식물)笑(웃음)立(동사)>

     <陽春(+) 最好(상태)>(역접) <鳥(동물)啼(울음)歸(동사)>

 

僧  천상백운명일우  天上白雲明日雨   하늘 위의 흰 구름은 내일 비가 되리니

笠  암간낙엽거년추  岩間落葉去年秋   바위 사이의 낙엽들은 작년 가을이라네.

     天上(천문) 白雲(현상) 明日(시간,미래)雨 (현상)  

     岩間(지리) 落葉(현상) 去年(시간,과거)秋 (현상)

이 구절은 對가 좀 어색하다 싶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하늘의 현상과 지상의 현상의 對로 보면

어색함은 가실 것이다.

 

共吟이란 酬酌과 같은 의미가 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꾸이다.

아주 심도깊은 지적게임이기도하면서 수준평가이기도 했다. 그만큼 공부의 수준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는 얘기이다. 이 상황과 비슷한 것으로 요로원 야화기에 서울촌놈과 시골깍쟁이의 수작시들이 있다. 이런 대꾸는 철저한 對(형식, 내용, 문장)가 최우선이다.

그런 만큼 사람과 사람과의 對가 이루어져야만 된다.

흔히 벗들, 또는 祖孫간에 한두 절구의 대꾸는 흔히 접하지만, 한자리에서의 도합 32구의 장편은 듣기 힘들다.

말했다시피 수작시는 전형적인 지적게임인 것이고 수작함으로서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살결을 탐하고 오른가슴으로 올라가는 “詩愛의 交歡”이라는 점에서 홀로 열을 내는 마스터베이션(독작시?)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지요.


정상위로  주고받으며 상견례를 하고 슬쩍쓸쩍 터치하고 따라가는 가운데 서로가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뿌릴 만하다고 생각되자, 스님이 먼저 파자희로 도발적으로 후배위도 받아주나 보려고 뒤로 돌아갑니다. 참으로 파격이고 파계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뭐 이런데야 오히려 김삿갓이 이골이 났지요. 오히려 매미붙기로 찰싹 달라붙어 애기까지 낳자고 덤빕니다.

僧   양성작배기유길   兩性作配己酉吉   남녀가 짝짓는데 己酉日이 길하나니

笠   반야생해난해자  半夜生孩難亥子   밤중에 애낳으니 亥時더냐 子時더냐  
     <兩性(+) 作配(혼인)>(인사) 己酉吉(간지)   

     <半夜(-) 生孩(출생)>(인사) 難亥子(간지)

* 왜 짝짓는데 기유일인가?  짝 配자를 파자하면 己+ 酉가 된다. 

   마찬가지로 애기가 나올때가 언제냐하면 해시에서 자시이다. 아이 孩를 파자하면 亥+ 子가 된다  

 

   스님이 하이구우 뜨거워라....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근엄한 스님의 자세를 보입니다.

   어쩌면 앞의 양성작배..구는 김삿갓을 배려한 구절(그가 파자전문이므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스님자신의 전문인  水月鏡花의 전형적인 禪定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구인지도  모를 일.

僧  영침록수의무습  影浸綠水衣無濕   그림자 푸른 물에 잠기되 옷은 젖지 않으니

     김삿갓은 스님의 녹수가 퍼떡 맨 앞의 자신의 첫대꾸 황천담의 구절을 염두에 둔 것임을 느끼고

     앞의 입석대 황천담의 구절을 응시하면서 머리를 굴립니다. 스님이 佛로 들어가면 자신은 또

     仙 으로 들어갈 수 밖에..... 입석대 구절을 바라보며 逍遙遊의 夢中夢으로 누릅니다.

  몽답청산각불고  夢踏靑山脚不苦   꿈속에 푸른 산을 걸으나 다리 아프지 않네

     이루어지던 글자들을 보던 스님이 찬탄을 보냅니다. 땡중과 신선이 같이 들어갑니다그려......

     스님의 찬탄이 아니라 스스로도 내심 득의합니다. 

     어찌 금강산을 한바퀴 다 돌은 것 같습니다. 옷도 젖지 않고 다리도 아프지 않지만....

     스님도 맞장구칩니다. 과연 그렇군요.  황천담을 지나 입석대에 올랐으니...

 

    사실 이 구절은 아시다시피 뭐 바로 법구경의 竹影掃階塵不動, 月穿潭底水無痕 

   (대나무 그림자 뜰을 쓸어도 티끌 일어나지 않고, 달빛 연못바닥을 꿰뚫어도 물에는 흔적 없네)의    바리에이션이다. 그러지만 아류로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데서 본 구절같기도하여 찾아 봤지만 아직,.)

雲藏古寺難藏磬  雨濕江村不濕煙

구름이 옛 절은 가리워도 풍경소리는 숨기기 어렵고

비가 강 마을을 적시어도 오르는 연기는 못 적시누나...

[출전] 김성언(2001)대동기문-하권.국학자료원. 612쪽에서.( 우에 대꾸는 학산님 블로그에서 퍼다 날랐습니다.) 그런가 하면 채근담의

風來疎竹 風過而竹不留聲  雁度寒潭 雁去而潭不留影

故君子事來而心始峴, 事去而心隧空의 구절에서는 아예 군자와 스님이 사이좋게 함께 놀고 있음도 볼 수 있다.

 

스님이 또 웃으며 어디 그럼 그 입석대를 사버릴까요? 하면서 써내려가니

僧   청산매득운공득  靑山買得雲空得   그 푸른 산을 사고 보니 구름은 덤으로 얻게되고.

삿갓 또한 웃으며 황천담에 물고기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하면서 붓을 건네받아 단숨에 적어내려간다.

笠   백수임래어자래  白水臨來魚自來   그 맑은 물에 서고 보니 물고기가 절로 따라오오

     靑(색)山(자연)買得(+) 雲空得(+)  

     白(색)水(자연)臨來(-) 魚自來(-) 

     백수는 맑은 물이다.

 

僧  석전천년방도지  石轉千年方到地  산 위의 돌이 천년을 굴러 이제서야 땅에 이르러니.

笠  봉고일척감마천  峰高一尺敢摩天  산봉우리 한 자만 더 높았으면 하늘에 닿았을 것을.

     石(산의바위)轉(동사)千年(숫자단위) 方(부사)到地(하강)  

     峰(산봉우리)高(동사)一尺(숫자단위) 敢(부사)摩天(상승)

 

僧  추운만리어린백  秋雲萬里魚鱗白   가을 구름 만리에 물고기 비늘처럼 하얗게 걸쳐있고,

笠  고목천년녹각고  古木千年鹿角高   늙은 나무 천년된 사슴의 뿔과 같이 높이 솟아 있네.

     秋(+)雲(+)萬里(공간) 魚鱗(생물)白(+)  

     古(-)木(-)千年(시간) 鹿角(생물)高(-)  

 

僧  운종초아두상기  雲從樵兒頭上起   구름은 나무하는 아해 머리 위를 따라 일어나고,

笠  산입표아수리명  山入漂娥手裏鳴   산은 빨래하는 여인 손 안에 들어와서 울고있네.

     雲(천문)從(동사 out)樵兒(총각) 頭(신체)上(위치out) 起(동사,시각)   

     山(지리)入(동사 in)  漂娥(처녀) 手(신체)裏(위치 IN) 鳴(동사,청각)  

이게 무슨 소리인가. 스님의 구름이 일어난다는 것은 초동이 나무한다고 흘린 땀에서 일어나는 김을 말한 것이며 삿갓의 산이 울고 있다는 것은 빨래하는 여인이 빨래방망이를 두드리매 산이 울리는 것을 말한 것이다..

 

僧  군아영리천가석  群鴉影裏千家夕   까마귀떼 그림자 속에 마을은 저녁이 찾아들고 

笠  일안성중사해추  一雁聲中四海秋   외기러기 울음 소리에 천하는 가을이 깊어가네

    群 (무리) 鴉(조류)影(시각)裏(위치)  千家(지리, 마을)夕(때)  

    一 (유일) 雁(조류)聲(청각)中(위치)  四海(지리, 천하)秋(때) 

이 구절은 스님의 김삿갓의 唐風(당나라 시) 詩力을 엿보고자 끌어 들인 것으로 보인다.

아시다시피 당시송시로 나눌때 당시는 가슴, 감성, 낭만.. 송시는 머리, 이성, 생활...등으로 특징짓는다.  위 표현들은 당풍에서 많이 보이는 표현들이다.

 

김삿갓이 사해추까지 쓰기를 마치자 이를 읽으며 스님이 웃으면서 말한다.

허어, 아무래도 소승이 족탈불급인 듯 하오 수많은 까마귀떼가 기러기 한 마리를 못 당하는군요..

아닌게아니라 千家와 四海의 차이, 저녁과 가을의 차이는 그릇의 차이일 듯도 하다.

김삿갓 역시 겸사로 받는다. 虛한 것이 본래 張聲勢인지라...

스님이 다시 받는다. 어쨌던 가을도 왔고 저녁도 되었고..달도 뜨려나....하면서 천천히 써내려간다.


僧  가승목절월영헌  假僧木折月影軒  가죽나무 부러지니 달그림자 집으로 찾아들고

笠  진부채미산임춘  眞婦菜美山姙春  참며느리나물 아름다워 산이 봄을 밴 듯 하네

     <假僧木(나무)折(+)>(새김으로 읽은 것) 月(천문)影(+)軒(+) 

     <眞婦菜(나물)美(-)>(새김으로 읽은 것) 山(지리)姙(-)春(-)

   * 假僧木은 새김으로 읽은 것으로 假는 가짓,가짜로 '가' 자체가 차용한 한자이기 때문에 바로   

     '가'로 읽힌다)의 가와 僧은 중으로 가중나무가 되는데 좀 산뜻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가죽나무는 자음접변으로(맞남?)  바로 가중나무로 읽힌다.

     그런데 왜 가죽나무가 부러진다고 했을까?  가죽나무잎은 데쳐먹으면 그 삽쌀한 맛이 일품이다.

     이 가죽나무는 바람이 조금만 세게불어도 잘 부러진다. 제가 실은 가죽나무잎 따려고 올라갔다가  낙하한 일이 있습니다. 이 싯구를 그 전에 깨달았더라면..하는 후회가 있습니다.

      眞婦菜도 새김으로 眞은 참, 婦는 며느리로 참며느리 나물이다.

     그런데 이것이 며느리취(금낭화)인지 며느리 밥풀꽃인지 잘 모르겠다. 어느것이던 꽃이

     볼록한데 이것을 아이로 보고 산이 봄을 임신하고 있다고 한 것일까...좀 더 생각해 보아야겠다.

     스님도 밑천이 딸린 것일까 변화가 있어야되겠다고 생각한 것일까.

     앞의 파자시의 변태를 떠올리며 새김시의 변태로 돌아선다.  뭐 새김시야 김삿갓의 전공으로 되어 있으니 김삿갓도 득달같이 따라온다. 이쯤이면 이것저것 가릴 것 없다 김삿갓의 붓이 떨어지자 바로 이어 가학의 피크로 숨가쁘게 올라간다.

 

僧  등산조래갱   登山鳥萊羹   산에 오르니 새들이 쑥국.

     김삿갓도 질쏘냐 붓을 뺏다시피하여 써 갈긴다. 뭐 이쯤이면 앞 구절의 자진모리에서

     이는 무아지경의 휘모리 신명이다.

笠  임해어초병   臨海魚草餠   바다 이르니 물고기 풀떡.

     登(동사) 山(자연)鳥(생물)萊羹(의성어, 새김)     

     臨(동사) 海(자연)魚(생물)草餠(의태어, 새김) 

     萊羹은 쑥 萊 국 羹으로  쑥국하고 운다. 草餠도 마찬가지. 풀떡하고 뛴다.

    이 구절만 왜 하필 5언이냐?  리듬의 변화로 서로의 화답에 고무되어 숨이 점점 가빠져 오기 때문이다. 이 5언이야말로 화룡점정이다. 7언이였다면? 그 곡조가 그 곡조...

이와 관련해 앞의 기유일 난해자의 구절도 9언으로 되어 있는 책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것이 더 오리지널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서양음악에서는 이부분을 트리오라 하여 앞의 요란함에서 오히려 차분하고 서정적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지만, 동양음악에서는 이 부분을 피크로 하여 내려간다.

 그런데 이런 새김시는 학계에서 그냥 조선중기 이후 한시의 희작화의 한 경향으로 축소지향하는데 내 생각엔 이런 희작화(이는 俗의 의미가 강하다)의 경향은 토착화(역시 俗의 의미가 될 것이다)이고  우리네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유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시가사에 독립적인 한 부분으로 취급해도 그 분량이 충분하다.  어쨌던 한국의 시가에 중요한 원천의 하나라는 생각이다. 

 

僧  수작은저용절벽   水作銀杵春絶壁  물은 은저되어 절벽에 절구질을 하고

笠  운위옥척도청산   雲爲玉尺度靑山  구름은 옥척되어 푸른 산을 재는구나

     水(자연)作(행위)銀(금석)杵(기물)春(동사)絶壁(자연) 

     雲(자연)爲(행위)玉(금석)尺(기물)度(동사)靑山(자연)

     용절벽은 거의 모든 책에 춘절벽으로 되어있으나 春(절구질할 용)자가 봄春자와 비슷하여 오독한 결과로 보인다. 내 임의로 고쳤다. 근거는 대구의 度가 잰다라는 동사로 쓰인것과 수작은저춘절벽 자체로는 문장의 대꾸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풀자면 봄의 절벽에 물은 은절구공이되고...

 

僧  등전등후분주야   燈前燈後찔멨?nb#%; 등이 켜지고 등이 꺼지니 낮과 밤을 알겠고

笠  산남산북판음양   山南山北判陰陽  산의 남쪽 산의 북쪽 음달 양달로 가려내네

   燈(기물)前(방향) 燈後(방향) 分(동사)晝夜(현상) 

   山(자연)南(방향) 山北(방향) 判(동사)陰陽(현상)  

 

서로가 스님이

僧  월백설백천지백   月白雪白天地白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온 세상이 하얀데,

笠  산심야심객수심   山深夜深客愁深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 시름도 깊어라.

     月(천문)白(+) 雪白(+)  天地白(+)  

     山(지리)深(-) 夜深(-)  客愁深(-) 

물론 이 구절은 스님과 김삿갓의 공음시로 유명한데 판소리에서 허두로 하는 단가중에 사철가에,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 오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가 되고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라는 구절이 있고 또한

흔히 박연폭포로 불리우는 개성난봉가에도

"박연폭포가 제 아무리 깊다 해도 우리네 양인의 정만 못 하리라
 月白雪白天地白하니 山深夜深客愁深이로다"라는 구절이 있다. 선후는 더 알아보야야겠다

 

   사철가         안숙선명창

 

金剛山共吟詩       스님과 시를 주고받다  

                                

 

 

僧  조등입석운생족  朝登立石雲生足  아침에 입석대에 오르나니 구름은 발밑에서 일어나고,

笠  모음황천월괘순  暮飮黃泉月掛唇  저녁에 황천담의 물마시니 달이 입술에서 걸리는도다.

 

僧  간송남와지북풍  澗松南臥知北風   바위틈 소나무 남으로 누었으니 북쪽 바람임을 알겠고

笠  헌죽동경각일서  軒竹東傾覺日西   집안의 대나무 동으로 기우나니 서쪽 석양임을 깨닫네  

 

僧  절벽수위화소립  絶壁雖危花笑立   절벽이 아무리 위태해도 꽃은 웃으며 서있으니

笠  양춘최호조제귀  陽春最好鳥啼歸   봄날이 아무리 좋다하도 새는 울면서 돌아가네

 

僧  천상백운명일우  天上白雲明日雨   하늘 위의 흰 구름은 내일 비가 되리니

笠  암간낙엽거년추  岩間落葉去年秋   바위 사이의 낙엽들은 작년 가을이라네.

   

僧   양성작배기유길   兩性作配己酉吉   남녀가 짝짓는데 己酉日이 길하나니

笠   반야생해난해자  半夜生孩難亥子   밤중에 애낳으니 亥時더냐 子時더냐  
 

僧  영침록수의무습  影浸綠水衣無濕   그림자 푸른 물에 잠기되 옷은 젖지 않으니

  몽답청산각불고  夢踏靑山脚不苦   꿈속에 푸른 산을 걸으나 다리 아프지 않네

 

僧   청산매득운공득  靑山買得雲空得   그 푸른 산을 사고 보니 구름은 덤으로 얻게되고.

笠   백수임래어자래  白水臨來魚自來   그 맑은 물에 서고 보니 물고기가 절로 따라오오

 

僧  석전천년방도지  石轉千年方到地  산 위의 돌이 천년을 굴러 이제서야 땅에 이르러니.

笠  봉고일척감마천  峰高一尺敢摩天  산봉우리 한 자만 더 높았으면 하늘에 닿았을 것을.

 

僧  추운만리어린백  秋雲萬里魚鱗白   가을 구름 만리에 물고기 비늘처럼 하얗게 걸쳐있고,

笠  고목천년녹각고  古木千年鹿角高   늙은 나무 천년된 사슴의 뿔과 같이 높이 솟아 있네.

 

僧  운종초아두상기  雲從樵兒頭上起   구름은 나무하는 아해 머리 위를 따라 일어나고,

笠  산입표아수리명  山入漂娥手裏鳴   산은 빨래하는 여인 손 안에 들어와서 울고있네.

 

僧  군아영리천가석  群鴉影裏千家夕   까마귀떼 그림자 속에 마을은 저녁이 찾아들고 

笠  일안성중사해추  一雁聲中四海秋   외기러기 울음 소리에 천하는 가을이 깊어가네

   

僧  가승목절월영헌  假僧木折月影軒  가죽나무 부러지니 달그림자 집으로 찾아들고

笠  진부채미산임춘  眞婦菜美山姙春  참며느리나물 아름다워 산이 봄을 밴 듯 하네

 

僧  등산조래갱   登山鳥萊羹   산에 오르니 새들이 쑥국.

笠  임해어초병   臨海魚草餠   바다 이르니 물고기 풀떡.

 

僧  수작은저용절벽   水作銀杵春絶壁  물은 은저되어 절벽에 절구질을 하고

笠  운위옥척도청산   雲爲玉尺度靑山  구름은 옥척되어 푸른 산을 재는구나

 

僧  등전등후분주야   燈前燈後分晝夜  등이 켜지고 등이 꺼지니 낮과 밤을 알겠고

笠  산남산북판음양   山南山北判陰陽  산의 남쪽 산의 북쪽 음달 양달로 가려내네

 

僧  월백설백천지백   月白雪白天地白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온 세상이 하얀데,

笠  산심야심객수심   山深夜深客愁深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 시름도 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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