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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서 국제심포지엄 열려 … 버섯 균사체 추출물로 日 700여개 병원서 치료법 채택
일본 홋카이도의 도청 소재지인 삿포로시. 해마다 눈축제가 열리는 오도리 공원이 유명한 이곳에서 지난 8월 말에 전 세계 350여명의 의학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AHCC연구회 국제심포지엄이 바로 그것.
AHCC(Active Hexose Correlated Compound)란 잎새·표고·영지 등의 버섯 균사체를 배양한 후 효소처리를 하여 추출해낸 복합다당류. 즉 여러 종류의 버섯을 이종교배함으로써 얻어지는 담자균사체의 추출물이라 할 수 있다. 1989년 홋카이도에 근거지를 둔 아미노화학사가 개발한 AHCC는 원래 간장질환 및 당뇨 치료제로 첫선을 보였다. 그러다 AHCC를 임상에 적용해본 결과 면역증강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현재는 암환자에 대한 보조 치료요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AHCC는 현재 일본 내 700여개 병원에서 치료법으로 채택하고 있고, 면역활성화 기능이 뛰어난 기능성식품으로도 분류돼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AHCC연구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세계 8개국 600여개 병원에서 5만명의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이 물질에 대한 기초 및 임상 결과가 보고됐다고 밝힌다. 한국에서도 일부 의학자들이 암환자들의 보조 치료요법으로써 이 물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AHCC는 세계 각국의 의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물질 중 하나다. 그런 만큼 매년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AHCC에 대한 놀랄 만한 임상보고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고 한다.
복용한 암환자들 생존율 증가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일본 간사이의과대학 가미야마 야스오 교수의 논문. 가미야마 교수는 ‘간세포암(간암) 수술 환자의 AHCC에 의한 예후 개선 효과’를 주제로 한 이 논문을 통해 9년간 222명의 간암 환자를 관찰한 결과를 전격 공개함으로써 참석한 이들을 놀라게 했다. 서양의학을 전공한 외과전문의인 가미야마 교수는 먼저 간암 환자를 다루는 서양의학적 치료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간세포암 환자에게는 간절제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나 수술 후 높은 재발률을 보이며, 특히 간경화나 바이러스성 간염을 함께 갖고 있는 환자는 5년 이내 재발률이 100%에 이른다고 보고된 바 있다. 또 암의 재발을 예방하고 암환자의 생존을 연장하기 위해 화학요법이 쓰이고 있으나 그 효능이 매우 낮고 부작용이 많을 뿐만 아니라 생존이 연장된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다. 항암제를 투여하는 경우도 암환자의 항암면역 반응을 감소시키는 역작용이 있다. 오히려 수술한 환자에게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악성 재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치료술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가미야마 교수는 이 때문에 면역기능이 떨어진 간절제수술 후의 암환자들에게 면역증강 기능이 있는 AHCC를 지속적으로 투여함으로써 그 생존율을 확인해보고자 했다고 밝힌다. 1992년 2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무려 9년간에 걸친 이 실험에 참가한 암환자들은 모두 222명. 이중 113명은 환자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하루 3g씩 AHCC를 복용했고, 나머지 109명은 수술 후 AHCC를 복용하지 않은 대조그룹으로서 실험에 응했다.(임상실험 초기에는 대조군의 환자들이 많았으나 실험이 진행될수록 AHCC투여군으로 변경한 환자들이 많아져 숫자에 다소 변화가 있음)
9년간의 임상실험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AHCC를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의 경우 임상실험 기간(117개월) 내 암이 재발한 환자가 72명, 사망한 환자가 51명에 달한 반면, AHCC투여군의 경우 재발환자는 39명, 사망환자는 23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가미야마 교수의 논문은 그 학술적 가치가 인정돼 유럽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간장 저널지(Journal of Hepatology·2002년 37호)에 수록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AHCC투여군에서는 대조그룹에 비해 재발 기간이 현저히 연장됐고, 전체적인 생존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AHCC를 복용한 환자들의 경우 부작용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AHCC가 암환자의 삶을 연장시켜주는 보조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국내 의학자의 임상보고에서도 가미야마 교수의 연구결과와 비슷한 내용이 밝혀졌다. 서울내과의 장석원 박사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한국 암환자들에게 있어서 AHCC의 혈청면역학적 효과’란 논문을 발표했다. 장박사의 임상연구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 12명에게 하루 3~6g의 AHCC를 투여한 결과를 살펴본 것. 그 결과 일반적인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는 면역력이 감소되나, AHCC를 복용한 그룹에서는 면역수치가 정상범위를 유지하거나 혹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경화·당뇨 등에도 효과 있다”
“인체의 면역기능은 크게 B림프구가 담당하는 체액성면역과 T림프구가 담당하는 세포성면역으로 나눌 수 있다. 암환자는 체액성면역기능보다 세포성면역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저하돼 있으며, 이는 암이 진행될수록 더욱 악화된다. 또 이 세포성면역기능은 암의 전이와 재발에도 관여하게 되므로 환자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AHCC를 복용하는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 주기로 혈청 함량을 측정한 결과, AHCC가 암환자들에게 유용한 생체조절물질(Biological Response Modifiers)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석원 박사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외국 의학자들의 발표에서는 AHCC가 비단 암뿐만 아니라 간경화 및 간염, 당뇨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F. 페스카트로 박사(내과전문의·아토킨스센터 병원)는 “일본에서는 AHCC가 주로 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나는 암환자뿐만 아니라 C형 간염, 심장병, 당뇨병, 알레르기, 만성피로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면서 “AHCC는 매우 뛰어난 기능성식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여러 질환에 AHCC를 적용하고 있지만, 매년 열리는 AHCC학술대회에서 여러 의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작용과 효과가 발표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우 AHCC가 기능성식품으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건강보조식품의 영역을 넘어서 오히려 의약품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보완·대체요법으로 유명한 멕시코 오아시스 병원의 프란시스코 콘트레라스 박사는 AHCC를 복용한 암환자 그룹에서는 항암제 치료에서 오는 오심(일종의 구토 증상), 무기력증, 탈모 같은 부작용이 경감된다는 흥미로운 연구도 발표했다.
2박3일간의 학술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참석한 의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논문 발표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다른 의학자들의 연구를 경청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국의 의학 학술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 자기 발표 순서가 끝나면 부리나케 회장을 빠져나가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또한 일본인들의 연구 자세에 대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찌 보면 하나의 기능성식품에 불과한 AHCC가 세계적 수준의 암 치료 특효약으로 인정받게 되기까지는 기초에서부터 임상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연구하는 그들의 노력이 매우 컸다고 아니할 수 없다.